티스토리 뷰
고3 때부터였습니다. 시험이 있는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배가 살살 아파왔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야 겨우 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시험 때문에 긴장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난 뒤에도 비슷한 일은 계속됐습니다. 낯선 곳에 가거나 중요한 일이 있는 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다음 날이면 배가 불편하고 화장실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렇게 20년이 넘었습니다. 40대가 되어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평소 불편했던 증상을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했고, 그때 처음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나는 원래 장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을 그제야 다시 바라보게 됐습니다. 이 글은 제가 오랜 시간 겪었던 증상과 검사 경험, 그리고 이후 생활에서 바꾸고 있는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긴장할 때마다 배가 아팠지만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3 수험생활이 끝나면 증상도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 MT를 가거나 낯선 사람들과 모임을 하는 날이면 또 배가 불편해졌습니다.
팀 과제나 발표처럼 긴장되는 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면 화장실을 찾았고, 볼일을 보고 나면 조금 편안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비슷했습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거나 회식을 한 다음 날, 특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면 장이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긴장해서 그런가 보다', '나는 원래 장이 예민한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20년 동안 제가 생각했던 것
“긴장해서 그런 거니까 괜찮아지겠지.”
스트레스와 긴장이 장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반복되는 복통이나 배변 습관의 변화를 단순히 성격이나 예민함의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처음 꺼낸 한마디가 계기가 됐습니다
40대에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이 평소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거의 무심코 오랫동안 있었던 증상을 이야기했습니다.
“긴장하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자주 가는데, 원래 장이 예민해서 그런 걸까요?”
상담 과정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제 경우에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대장내시경도 받게 됐습니다. 위내시경과 함께 수면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대장내시경에서는 용종 두 개가 발견돼 검사 과정에서 제거했습니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검사를 받고 나니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고, 그때부터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대장내시경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진단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대장내시경을 받고 이상이 없으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진단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자료를 다시 확인해 보니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반복되는 복통과 배변 습관의 변화 등 일정한 증상 패턴을 바탕으로 진단하는 질환이었습니다.
복통이 배변과 관련되어 있거나 배변 횟수가 달라지고, 변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 등이 진단 과정에서 중요하게 확인되는 내용입니다.
대장내시경이나 혈액·대변검사 등은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의료진이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시행될 수 있습니다.
제가 잘못 연결했던 부분
대장내시경에서 발견된 용종 두 개와 제가 오랫동안 겪었던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서로 연결할 근거는 없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소화관에 눈에 보이는 손상이나 병변을 일으키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용종을 '증상을 오래 방치해서 생긴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배변하고 나면 편해지는 것도 하나의 단서였습니다
저에게는 한 가지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습니다. 긴장하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불편함이 조금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화장실에 갔다 오면 괜찮으니까 큰 문제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IBS에서는 복통이 배변과 관련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만 '배변 후 좋아진다'는 한 가지 특징만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복통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 변을 보는 횟수와 변의 형태가 달라지는지 등 전체적인 증상 패턴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단순히 ‘마음의 병’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긴장할 때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하나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증상과 관련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제가 바꾼 것은 '긴장하면 배가 아픈 나는 너무 예민하다'라고 생각하던 태도였습니다. 반복되는 신체 증상을 성격의 문제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검사 이후 제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음식이었습니다
저에게는 회식이나 모임에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다음 날 유독 장이 불편했던 경험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검사 이후에는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지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저포드맵(Low-FODMAP) 식사법이었습니다. FODMAP은 일부 사람에게 소화가 잘되지 않아 장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 탄수화물의 종류를 가리킵니다.
저포드맵 식사는 이런 식품을 무조건 평생 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제한해 증상 변화를 살펴보고, 이후 음식을 다시 하나씩 추가하면서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식품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문제가 되는 음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장기간 제한하기보다는 필요한 경우 의료진이나 영양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요즘 확인하고 있는 것
- 어떤 음식을 먹은 뒤 배가 불편해지는지
- 커피를 많이 마신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
-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심했던 날의 증상
- 복통과 함께 배변 횟수나 변 상태가 달라지는지
-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생활했을 때 차이가 있는지
커피도 조금 줄여보고 있습니다
저는 하루에 커피를 두세 잔 마시는 날이 많았습니다. 장이 불편한 날에도 습관처럼 커피를 마셨는데, 검사 이후에는 음식뿐 아니라 평소 마시는 음료도 함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오전에 마시는 커피의 양을 줄여보면서 제 증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예전보다 오전에 속이 불편한 날이 줄었다고 느끼지만, 이것이 커피를 줄인 것 때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생활 습관의 변화와 증상을 함께 기록해 보는 중입니다.
제가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해 다시 확인한 것
과민성대장증후군이면 대장내시경을 꼭 받아야 할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IBS는 증상의 패턴을 중심으로 진단하며, 의료진이 다른 질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혈액검사, 대변검사나 대장내시경 같은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배변 후 배가 편해지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일까?
IBS에서는 복통이 배변과 관련되어 나타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복통과 함께 배변 횟수나 변의 형태가 달라지는지 등 전체적인 증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유산균을 먹으면 도움이 될까?
프로바이오틱스가 IBS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람마다 반응도 다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균 수가 많거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복용을 고려한다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면 좋아질까?
스트레스 관리가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IBS 치료에는 식사 조절과 생활습관 변화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나 이완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20년이 지나서야 바뀐 생각
“원래 장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넘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증상을 겪다 보니 불편함 자체가 제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이야기해야 할 증상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건강검진을 계기로 제 증상을 이야기하고 검사를 받은 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생활습관보다 제 태도였습니다.
지금은 몸에서 같은 신호가 반복되면 단순히 '나는 원래 이래'라고 넘기기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몸의 신호를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사람마다 증상과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이 다를 수 있어 한 가지 음식이나 한 가지 치료법으로 모두 해결되는 질환은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아직 생활습관을 조절하면서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그 결과를 의료진과 상담하면서 제게 맞는 방법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특히 혈변이나 검은 변,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 빈혈처럼 IBS 이외의 질환을 확인해야 할 수 있는 증상이 있거나 기존과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이겠지'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한 자료
- National Institute of Diabetes and Digestive and Kidney Diseases (NIDDK) – Irritable Bowel Syndrome
- NIDDK – Diagnosis of Irritable Bowel Syndrome
- NIDDK – Treatment for Irritable Bowel Syndrome
- NIDDK – Eating, Diet & Nutrition for Irritable Bowel Syndrome
※ 위 자료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 진단 및 식사·생활관리 방법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참고했습니다.
